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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에 대한 단상

Esther

2025년 4월 30일

시험 기간에 더 가깝게 관찰되는 학생들의 여러 면모, 내신이 추구하고 낳는 것들의 경향 등에 대해서 느낀 것들

고운중, 두루중, 양지중, 새뜸중, 종촌중, 그리고 오늘까지 고운고 학생들의 올 해 1학기 중간고사를 또 한차례 치뤄내며, 시험 준비 때는 더 가깝게 관찰되는 학생들의 여러 면모, 내신이 추구하고 낳는 것들의 경향 등에 대해서 느낀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노력한 만큼 만점을 받은 학생들도 여럿 있지만, 유학이나 원어민들과의 수업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유창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학생들도 학교 시험에서는 종종 실수를 합니다. 중학교 영어 시험에서는 몰라서 틀렸다기 보다는 모두 실수로, 문제를 잘 안 읽어서, 교과서 지문이 약간 변형된 것을 모르고 대충 보고 지나가서가 틀린 이유의 대부분인 학생들이 많습니다. 학생이 최선을 다했다는 가정 하에, 위로의 말로 “몰라서 틀린게 아니니, 알고 있었으니 괜찮은 거다” 할 수 있지만 어쩐지 그 말이 반복되는 느낌도 저버릴 수 없기에, 괜찮지 않을 수도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단지 영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 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훈련되는 인격(character)의 한 면모가 있습니다. 앞에 놓여있는 정보를 건너 짚는 것(presumption) 지양하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self-deception)도 다시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것, 그리고 있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 중에 가장 참인 것을 고르는 반복적인 연습이 때로는 참 진부하고 구식이다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연습을 통해서 길러지는 디테일에 대한 분별력, 대충 판단하지 않으려는 자기 컨트롤, 개개의 단어가 가지는 무게와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은 어쩌면 다른 접근으로는 힘들 수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런 능력이 현저히 부재한 이들이 자라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일상을 대하는지도 상상해 보았습니다. 이런 상상과 더불어, 성실하게 준비한 학생들이 대략적으로 정비례 비슷하게 얻어지는 결과에서 오는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열의와 도전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인으로, 내신 시험이 어느 정도는, 어떤 면에서,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다 느낍니다.

 

학교 과목으로서의 영어에의 접근은 얼핏 영어를 배우시려고 찾아오시는 성인분들이 접근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성인분들과 수업을 해보면 영어가 갖는 기본적인 규칙에 대해서 설명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제가 중학생들과 같이 수업할 때 하는 말을 반복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그만큼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 특히 아카데믹한 고등영어가 아닌 경우 - 는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영어와 사실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지 그 내용을 20명 내외의 학생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시공간적, 그리고 인적 자원의 제약으로, 개개인의 학생들이 실제로 말하고 쓰게 하는 데, 혹은 그랬을 때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데 한계가 있을 뿐이죠. 그 한계성을 인지하고 집에서나 다른 곳에서 보완하되, 학교에서의 교육 과정을 통해, 머리로 아는 지식 외에도 서서히 건강하고 반듯한 인격적인 면모를 형성해 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 2023 by Esther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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