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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 Entertainment

Esther

2023년 8월 4일

Entertaining Education Is Possible, But...

특히 유치부와 초등학생들의 영어 교육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오락성은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재밌게 해줘야 선생님하고의 공감대(rapport)도 형성되고 또 수업 내용에 관심도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입니다. 하지만 한 시스템 안에서 오래도록 학생들의 출석율 (retention rate)을 유지시키는 일종의 방법으로 지나치게 오락성을 강조하게 될 경우, 학생의 실질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교육 현장에 보람과 의미를 찾아 교육의 뜻을 가지고 뛰어든 역량있는 선생님들도 이러한 문화에 조금씩 타협하며 점점 수업의 주제나 내용과 관게없는 ‘재밌고’, ‘웃기는’ 액티비티들을 하는 데에 익숙해지는 케이스가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또 그 내막을 알면 어느정도 이해가 가능해지는데, 일례로 큰 규모의 교육 시스템일 수록 일종의 ‘고객 만족도 조사’의 일환으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선생님을 평가하게 하는 설문(survey)이 있고 그 조사 결과와 학생 수를 유지하는 백분율에 따라 선생님들의 계약 연장 여부나 연봉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강사들이 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러 ‘나를 좀 재미있게 해달라 (Entertain me!)’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어렵고 힘든 것을 점점 기피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읽기의 재미, 쓰기의 보람, 한국어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영어의 다양한 어휘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강사님들도 분명 드물게 계십니다. 다만 사교육장의 특성상 그런 강사의 고민과 어려운 내용을 어떻게든 재미있게 접근시켜 주려고 하는 노력이 충분히 인정되고 존중되지 않는 환경일 수 있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지요. 중학교 입학도 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과연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담당 강사를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러한 평가와 적용이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은 이 글의 논지가 아니기에 둘째 치고서라도, 그러한 교육 환경에서 오랫동안 익숙해진 강사와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님들이 상호간에 간과하게 되는 배움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 좀 더 관심과 토론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을 오픈하고 나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나 중학생들이 특정 영어교육기관에 4년 이상 장기간 동안 배워왔음에도 동사가 없는 문장을 쓰거나,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의 어순으로 문장을 구사하는 경우를 놀랄만큼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소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듯 합니다. 그러한 시점에서 원이 어떤 교재를 쓰는지 (획기적인 교재라는 것은 없습니다), 필요성과 의의를 떠난 원어민 강사의 여부 (필요하면 “좋은” 원어민 강사님을 고용해야 합니다)를 묻고있는 것은 마치 가라앉고 있는 타이타닉에서 의자 정리를 하고 있거나, 기름이 떨어진 차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가볍고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 오락적인 재미와 다르게, 가장 강하고 꾸준할 있는 재미의 원천은 깨달음과 이해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렇게 귀한 종류의 재미를 터득한 학생이야 말로 비로소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로워진 아닐까요.

© 2023 by Esther 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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