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ther
2023년 7월 4일
두 유학생을 지도하며 드는 생각을 두서없이 써봅니다.
작년과 올 해, 제가 지도하는 두 학생이 국내 입시를 준비하다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미국의 한 Community College의 High School Completion Program (HSCP)으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HSCP는 TOEFL성적이 어느 정도 준수한 경우 짧은 ESL/IP과정을 거쳐 프로그램 이수와 함께
각 주(State)에 해당하는 고등학교 졸업장, 그리고 준학사석위 (Associate Degree)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TOEFL 성적이 아쉬울 경우 대부분 길게는 1년 반 정도까지 ESL/IP과정을 거칠 수 있는 듯 합니다.)
물론 국내 학생들에게 이 학위가 목적은 아니고 그 후 4년제 University에 편입 지원을 염두해 두고 진학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개인차가 조금씩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2년 안에 미국의 고등학교 학위와 대학교 2년 과정의 학점들을 이수할 수 있는 점에서 보통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절약될 수 있습니다.
초·중·고등 시절 평소에 공부를 꾸준히 해오던 학생들이 아니었던 터라 준비하는 동안 걱정을 꽤 많이 했었습니다. 이번에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온 학생을 보니 걱정과 불안이 무색하게, 타지 생활에 너무나 잘 적응해서 지난 학기 올 A라며 어디서든 자신있게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과 밝아진 모습이 참 다행이고 대견했습니다. 학교에서의 여러 에세이 과제들에 있어서도, 출국 전 많이 연습하기도 했지만
이제 워낙 자주 하다보니 전만큼 큰 부담은 아닌 것 같다고 하네요.
그럼에도, 국내에서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 모르는 또 그만의 고충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곧 출국하고자 준비하는 또 다른 학생과 같이 학습하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국내에서 초·중·고등학교의 영어 교과 과정을 기본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입니다.
납작하게 얘기해서, 안하던 영어를 갑자기 하려는게 정말 얼마나 힘든지 옆에서 실감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특정 교육 환경이나 미디어를 접하며 국내에서도 외국에서 오래 산 것 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들이 많으니, 국내파/유학파를 마치 실용영어/입시영어를 가르듯 이분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제 조금은 무리가 있을듯 합니다. 국내 공립학교의 영어 커리큘럼도 점점 유럽국가들처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로서의 영어를 추구하기에, 당장 코앞의 시험 점수에 있어서 특정 접근 방법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계속 코앞만 보고 있기에는 미래세대에 요구되는 인재상이 너무 뚜렷합니다.
"유학"이라는 것이 전에는 경제/사회적 지위에 대한 어느 정도의 지표가 되었던 시대도 이제는 옛말인 듯 합니다. 국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사교육비의 비용이 유학 비용과 큰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이죠. 특히 영어과목에 관련된 사교육 현장의 현실을 덤덤히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 볼 때 어떤 것이 좀 교육다운 교육인지 좀 더 넓고, 깊고, 높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위 글은 유학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아님을 명백히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