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sther
2024년 7월 3일
Some thoughts on the 1st anniversary of Esther's
말과 글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지식인들의 위험은 자칫하면 생각과 삶이 다를 수 있는 위선에 있습니다. 위선적이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마는, 또 정도의 차이지 허위허례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는 말과 글과는 달리, 일상의 삶은 개인의 통제의 범위를 넘는 것들이 수만가지기에,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러니 마음을 지키고, 중심을 잃지 않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쓸모있는 일이기를 바라며, 묵묵히 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생각해 볼 만도 합니다.
행여 아는 범위 내에서만의 쓸모를 너무요모조모 따지고 계산하다 보면 차곡차곡 쌓이는 성질의 것들 외에, 더 멀리서나 더 높이서나 더 깊은 곳에 있는 것들, 댓가없이 주어지는 더 중요하고 놀랍고 아름다운 것들을 보지 못하게 되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받은 것을 더 ‘쓸모있게’ 흘러보낼 수 있을지를 자문하며 작은 공간을 마련한지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제 이름으로 통하는 곳이긴 하지만, 그 이름을 위한 곳은 아닙니다. 매 순간 한계를 느끼는 제 뜻과 의지를 위한 곳도 아니지요. 그러니 참 다행입니다.
애초에 배우려고 찾은 것을 잘 배우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가는 모든 학생과 성인분들이, 각자 생각했던 것을 넘어, 무엇이 삶에서 가능한지 어렴풋한 가능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런 것이 행함으로 보여지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일과 남아있는 힘에 감사하며 저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